라일락 붉게 피던 집


송시우 | 미스터리

DETAILS

라일락 붉게 피던 집




데뷔작 〈좋은 친구〉로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 수상
동작품 일본 《미스터리 매거진》 게재
한국 장르문학계가 주목한
대형 신인 송시우의 첫 장편소설

한국 장르문학계가 주목한 대형 신인
송시우 작가의 첫 장편소설

지난 2012년 2월 일본 하야카와쇼보에서 출간되는 미스터리 전문 월간지 《미스터리 매거진》에 신인 작가 송시우의 데뷔작 <좋은 친구> 전문이 번역 소개되어 화제가 되었다. 《미스터리 매거진》은 올해로 700호 출간을 맞이하는 유서 깊은 잡지로, 일본 신본격 미스터리의 거장 시마다 소지가 중심이 되어 기획한 특집 기사 ‘아시아 미스터리로의 초대’에서 송시우 작가는 한국 미스터리의 젊은 기대주로 소개되었던 것이다. 이후 송시우 작가는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4》(황금가지, 2012년)에서 단편 <그곳에 누군가 있었다>를 발표하여 국내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자동차 공장 노조에서 벌어진 성희롱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인권위원회 조사관을 다룬 이 작품은, 작가가 지향하는 바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법과 가치의 문제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는 송시우 작가는 정교한 트릭과 범인 찾기를 중시하는 본격 미스터리보다는 범죄의 동기와 인물들의 내러티브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사회파 미스터리를 지향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첫 장편소설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은 작가의 의도가 가장 잘 반영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장르소설의 문법과 한국적 리얼리즘의 성공적인 만남으로 평가받고 있는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은 우리 장르문학의 가능성, 그중에서도 한국형 미스터리 소설의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최근 외국 장르문학의 양적 팽창으로 인한 독자들의 피로와, 베스트셀러 작가에게 편중된 선인세 경쟁, 오랜 경제 침체로 성장이 멈춘 시장 상황에서 그 해답을 국내 장르문학에서 찾으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그 결실로 상당수의 작품들이 출간되었으나 독자의 기억에 자리한 작가와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로 여전히 국내 장르문학의 환경은 척박하다.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은 미스터리 독자뿐만 아니라 19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30~40대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박하면서도 일상적인 소재로 친근하게 다가온다는 점이 새롭다. 또한 사건의 나열에 집중하기 보다는 사건에 개입할 수밖에 없었던 인물 하나하나의 사정을 묘사하여 마치 TV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생동감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뉴스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극악한 범죄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주변에서 일어났을 법한 이야기를 다룬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은 내게도 그들처럼 미스터리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되돌아보게 되는 일상 미스터리의 대표작으로 기억될 것이다.

시대를 불문한 인간의 욕망을 그린
한국형 사회파 미스터리의 성공적인 시작

대중문화 평론가이자 인기 강사인 수빈은 신문사의 의뢰로 어린 시절을 주제로 한 칼럼을 쓴다. 여러 세대가 한집에 살았던 그 시절, ‘라일락 하우스’라 불리던 다세대 주택에서의 가난하지만 정겨운 이야기는 대중을 사로잡는다. 그러던 어느 날, 수빈은 당시 연탄가스 중독사고로 사망한 옆방 오빠가 사실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제보를 듣는다. 칼럼 소재를 얻기 위해 옆방 사람들을 수소문하던 수빈은,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이 기억하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된다. 수빈의 애인이자 라일락 하우스에서 함께 살았던 소꿉친구 우돌은 협조적이었던 초반과는 달리 ‘그 시절이 싫었던 사람도 있다’며 수빈을 만류하고, 살갑게 반겨주었던 옛 이웃들 역시 무언가를 감추는 기색이다. 곗돈을 타자마자 야반도주를 한 참한 새댁, 자매도 아니면서 한 방에서 지낸 세 젊은 여자들, 늘 방에서만 지내던 옆방 오빠, 그리고 동생의 병 때문에 불행했던 우돌이네. 옆방 오빠의 연탄가스 중독사고 혹은 살인사건을 둘러싼 이웃 간의 갈등이 실체를 드러내자 행복했던 어린 시절은 산산조각 난다.
지금은 두 세대가 살기 힘들 정도로 작은 주택 안에 대여섯 가족이 좁은 단칸방에 지내면서도 오순도순 행복했던 1980년대. 너나할 것 없이 이웃 아이의 끼니를 내 아이와 함께 챙기는 등 가난하지만 정을 나누면서 살았던 그 시절을 많은 이들이 아름답다고 추억하지만 그때에도 사람들 간의 어두운 그림자는 있었다.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은 1980년대 다가구 주택에서의 생활상을 시각적으로 사실적이면서도 정겹게 묘사하여 독자의 향수를 자극하는 한편, 옆방 오빠의 죽음에 얽힌 이웃들의 사정을 입체적으로 전개,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 복잡한 트릭보다는 여러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벌어지는 사건이 중심이 되며, 무엇보다 어떤 시대에도 존재했던 인간의 욕망과 선악 사이에서의 갈등을 정서적으로 접근하여 완성도를 높인 작품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신문기사 거리도 되지 않을 정도로 흔했던 그 시절 연탄가스 사고의 진실에 대한 복선을 차근차근 쌓아올려 마지막에는 독자를 놀라게 하면서도 진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는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은 한국형 사회파 미스터리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