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탐정 이상 4 - 마리 앤티크 사교구락부


김재희 | 미스터리

DETAILS

경성 탐정 이상 4 - 마리 앤티크 사교구락부




한국 역사 추리문학의 대표 시리즈
《경성 탐정 이상》의 네 번째 이야기

“사실과 소설의 재미를 엮어낸 한국적 팩션의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뿌리 깊은 나무》와 함께 2006년 역사소설의 붐을 일으킨 베스트셀러 《훈민정음 암살사건》의 작가 김재희. 그가 오랜 준비 끝에 내놓은 《경성 탐정 이상》은 천재 시인 이상(본명: 김해경)을 주인공으로 한 재기발랄한 탐정소설이자 현대적 감성이 물씬 배어 나오는 시대극으로, “한국판 셜록 홈스”(2014년 7월호 《여성중앙》), “재기발랄한 탐정 이상의 변신. 흡사 007 시리즈처럼 스펙터클하다”(2012년 7월 6일 <경향신문>)라는 호평과 함께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36년 이상과 구보(본명: 박태원)가 구인회 동인지를 편집했던 창문사에서 찍은 것으로 알려진 사진 한 장에서 작가는 개성 강한 두 문인을 콤비로 한 소설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불안한 시대를 등지고 요절한 비운의 시인이 아닌, 젊고 자신만만한 모던보이 그 자체인 이상의 외모에 착안, 작가는 그동안 박제된 천재로 남아 있던 그를 낭만과 퇴폐라는 이중적인 얼굴을 가진 경성을 배경으로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멋스러운 백구두와 파나마모자, 줄무늬 바지를 갖춰 입고 자유분방한 곱슬머리를 휘날리며 경성 거리를 누비는 탐정 이상. 냉철한 이성과 선구자적 지성으로 희대의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이상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것은 그의 삶과 작품이 여전히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12년 한국추리문학 대상을 거머쥔 《경성 탐정 이상》과 2016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부문에 선정된 《경성 탐정 이상 2: 공중여왕의 면류관》, 1930년대 경성 그 자체를 소재로 삼은 《경성 탐정 이상 3: 해섬마을의 불놀이야》에 이어 그 네 번째 이야기인 《경성 탐정 이상 4: 마리 앤티크 사교구락부》가 2년 만에 독자를 찾아왔다. 양복점, 서양자기점, 양과자점 등 외국 수입상점으로 채워지는 종로 거리, 경성 시민의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은 영화관, 1899년 고종에 의해 개항된 이래 일제 수탈의 기지가 된 군산, 북한산 세 봉우리 삼각점에 자리한 백운산장, 경성권번과 차이나타운 등 경성 시대를 상징하는 실존 장소에서 ‘탐정’으로 이름을 떨치는 천재 시인 이상과 그의 조력자 구보 박태원의 활약을 흥미진진하게 그린 수작이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자들의
낭만과 욕망의 혼재된 도시, 경성

종로 거리에 하루에도 서너 개씩 외국 수입 상품점이 들어설 정도로 신식물품이 인기다. 먹기 아까운 마카롱과 유럽 직수입 자수 테이블보, 라디오용 헤드폰 등 생소하고 진기한 물건들이 넘쳐난다. 그중에서도 구보의 눈길을 끄는 것은 아름다운 유럽 도자기를 파는 ‘마리 앤티크’로, 매일 새 도자기를 구경하러 갈 정도다. 그러던 어느 날, 마리 앤티크의 사장 하영이 제비 다방을 찾아와 상과 구보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하영이 단골을 위해 마련한 ‘마리 앤티크 사교구락부’라는 티파티는 어느새 명문가 출신 박씨 부인과 벼락부자 성북 부인을 중심으로 패가 갈리고 말았다. 이간질에 사사건건 싸우기 일쑤인 두 무리를 화해시키려 마련한 모임에서 그만 한 부인이 목에 떡이 걸려 급사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러나 괴편지로 인해 단순한 사고가 아님을 알게 된 하영이 사건의 진상을 알아봐달라는 것이다. 조사를 위해 티파티에 참석한 상과 구보는 기묘한 분위기의 ‘상하이 부인’을 비롯한 각양각색의 귀부인들을 만나고, 그들이 뿌린 향긋한 장미 향 너머 희미하게 풍겨오는 불쾌한 냄새를 감지한다.

경성 탐정 이상 4: 마리 앤티크 사교구락부》는 근대사를 상징하는 실존 장소와 그 안에서 새로이 부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돈과 열정, 생명에 이르는 자신의 모든 것을 영화에 쏟아붓는 감독, 더 이상 기생이 아닌 어엿한 예인으로 살아가려는 여성, 부의 축적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남성 못지않게 파벌 싸움하는 부인들, 조선인보다 멸시받는 조선 내 중국인, 부친의 악행으로 받은 상처를 기괴한 방법으로 해소하는 자본가 등 전통과 신문물이 혼재된 시대와 일제 식민통치라는 사회가 잉태한 전에 없던 신인류다. 그들의 사고방식이 투영된 사건들로 경성이라는 근대가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어 놀랍다. 한편 곧 출간될 《경성 탐정 이상 5》에서 상과 구보의 주적이 될 인물이 등장, 장르적 재미 또한 즐길 수 있다. 암호와 추리에 능한 천재 시인 이상과 생계형 소설가 구보가 활약하는 ‘경성 탐정 이상 시리즈’는 이제 한국 역사 추리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